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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발명한 과학자, 장영실을 따라간 초등학생의 하루 해시계, 물시계, 별자리판...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발명가인 장영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글은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떠난 장영실 역사+과학 체험 여행기입니다. 그저 유물만 보는 답사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 ‘과학자처럼 관찰하고 기록한 하루’를 담았습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해 질문으로 확장되고, 감동으로 마무리된 여정. 그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장영실이 누구예요? – 궁금증에서 시작된 시간 여행장영실을 처음 들은 것은 아이가 학교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를 배우던 3학년 때였습니다. 책에서는 간단하게 "장영실은 조선시대에 해시계와 물시계를 만든 과학자입니다"라고 소개되어 있었지요. 그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시계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 2025. 4. 9.
유배의 강, 생명의 숲 — 단종이 떠난 자리, 영월이 지켜온 이야기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단종의 비극이 흐른 청령포에는 아직도 침묵이 머물고, 그 강물 아래에선 동강의 생명이 다시 숨을 쉽니다. 왕이 머문 땅과 야생이 자라는 숲, 그 공존의 공간이야말로 영월이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영월의 역사와 자연, 두 가지 서사를 따라 걷는 깊이 있는 기행입니다.단종이 걸었던 물가 — 청령포와 영월 장릉의 침묵영월을 역사 도시로 만드는 핵심은 단연 단종의 유배지로서의 상징성입니다. 많은 이들이 단종을 “세조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은 비운의 군주”로 알고 계시지만, 그의 삶이 끝난 공간이 바로 강원도 영월이라는 점은 의외로 깊이 조명되지 않습니다.청령포는 세 줄기의 강과 한 줄기 산으로 둘러.. 2025. 4. 8.
철책 너머 피어난 침묵의 꽃 – 철원 DMZ에서 평화를 걷다 철원은 한국전쟁의 상처가 가장 깊게 새겨진 땅이자,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자연과 사람이 회복을 시도한 평화의 실험장입니다. 끊긴 철로, 무너진 수도, 사라진 마을… 그러나 그 철책 너머에는 새들이 돌아오고, 꽃이 피고, 사람이 걷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글은 DMZ와 철원이라는 공간에 담긴 ‘한국사 그 이후의 이야기’를 걷는 기록입니다.총성의 기억 위에 핀 길 – 철원 평야와 노동당사 이야기철원은 분단 이전엔 강원도 철원군의 중심이었고, 해방 후에는 북한의 행정수도, 군사 전략의 요충지, 그리고 전쟁 후에는 완전한 폐허로 남겨진 곳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 상징이 바로 노동당사입니다.노동당 사는 북한이 1946년 철원을 접수한 뒤 지은 건물로, 과거에는 공산당 회합, 숙청, 선전 교육 등이 이.. 2025. 4. 7.
구름은 흐르고 국경은 남는다 – 변산반도의 산사, 성곽, 바닷바람 변산반도는 풍경으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조용하고, 역사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고려의 궁녀가 은둔하고, 조선의 유생이 글을 버리며 칼을 들었던 장소이며, 바다와 산을 끼고 나라를 지킨 사람들의 ‘방어의 기억’이 고요히 깃든 공간입니다. 변산은 전쟁을 숨기고, 사찰에 전략을 숨기고, 바닷길에 국경선을 남겼습니다. 이 글은 변산의 뒷면을 걷는 역사기행입니다.산사는 피난처가 아니었다 – 내소사와 은둔의 정치학전라북도 부안, 변산반도 중심 깊숙이 위치한 내소사는 조용하고 장엄한 산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을 '힐링 여행지', '고즈넉한 사찰 여행'으로 기억하시지만, 사실 이곳은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까지 권력자들의 은둔 공간이자 군사적 피난처 역할을 했던 장소였습니다.내소사는 백제 무왕대의 창.. 2025. 4. 6.
기억이 나라를 만들고, 사람은 역사를 이긴다 –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만난 민초들의 시간 천안 독립기념관은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 기록도 남지 않은 투쟁, 그리고 나라가 없던 시대에도 나라를 품었던 민초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습니다. 이 글은 기억이 어떻게 나라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기억을 지키는 공간인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무엇을 마주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되짚는 역사 여행기입니다.기념관이 아닌 기억의 장소 – 전시물보다 앞선 이름 없는 역사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하신 분들은 대부분 일곱 개 전시관을 둘러보고, 웅장한 태극기광장에서 인증숏을 남기곤 하십니다. 하지만 정작 이 기념관의 진짜 중심은, 화려한 영상관도, 대형 모형도 아닌 '이름이 적히지 않은 역사'입니다.독립기념관에는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이 소개되어 있.. 2025. 4. 5.
잊지 말아야 할 섬 – 제주 4·3을 기억하는 여행(지워진 마을,화산섬의 침묵, 순례의 길) 제주 4·3 사건은 지역의 비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자,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입니다. 이 글은 제주를 관광이 아닌 기억과 사유의 장소로 바라보며, 불타버린 마을들과 남겨진 침묵의 흔적들을 따라가는 역사기행입니다. 바람과 파도가 말을 아낄 때, 우리는 더 조용히 들어야 합니다.지워진 마을과 침묵의 이름들 – 제주 4·3 사건의 시작과 배경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단지 ‘무장 반란’이나 ‘공산주의자 진압’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없는, 국가와 주민 사이의 단절, 냉전 이념의 폭력적 투영,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 사건입니다.사건의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1947년 3월 1일, .. 2025.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