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너머 피어난 침묵의 꽃 – 철원 DMZ에서 평화를 걷다
철원은 한국전쟁의 상처가 가장 깊게 새겨진 땅이자,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자연과 사람이 회복을 시도한 평화의 실험장입니다. 끊긴 철로, 무너진 수도, 사라진 마을… 그러나 그 철책 너머에는 새들이 돌아오고, 꽃이 피고, 사람이 걷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글은 DMZ와 철원이라는 공간에 담긴 ‘한국사 그 이후의 이야기’를 걷는 기록입니다.총성의 기억 위에 핀 길 – 철원 평야와 노동당사 이야기철원은 분단 이전엔 강원도 철원군의 중심이었고, 해방 후에는 북한의 행정수도, 군사 전략의 요충지, 그리고 전쟁 후에는 완전한 폐허로 남겨진 곳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 상징이 바로 노동당사입니다.노동당 사는 북한이 1946년 철원을 접수한 뒤 지은 건물로, 과거에는 공산당 회합, 숙청, 선전 교육 등이 이..
2025. 4. 7.
구름은 흐르고 국경은 남는다 – 변산반도의 산사, 성곽, 바닷바람
변산반도는 풍경으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조용하고, 역사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고려의 궁녀가 은둔하고, 조선의 유생이 글을 버리며 칼을 들었던 장소이며, 바다와 산을 끼고 나라를 지킨 사람들의 ‘방어의 기억’이 고요히 깃든 공간입니다. 변산은 전쟁을 숨기고, 사찰에 전략을 숨기고, 바닷길에 국경선을 남겼습니다. 이 글은 변산의 뒷면을 걷는 역사기행입니다.산사는 피난처가 아니었다 – 내소사와 은둔의 정치학전라북도 부안, 변산반도 중심 깊숙이 위치한 내소사는 조용하고 장엄한 산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을 '힐링 여행지', '고즈넉한 사찰 여행'으로 기억하시지만, 사실 이곳은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까지 권력자들의 은둔 공간이자 군사적 피난처 역할을 했던 장소였습니다.내소사는 백제 무왕대의 창..
2025. 4. 6.
잊지 말아야 할 섬 – 제주 4·3을 기억하는 여행(지워진 마을,화산섬의 침묵, 순례의 길)
제주 4·3 사건은 지역의 비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자,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입니다. 이 글은 제주를 관광이 아닌 기억과 사유의 장소로 바라보며, 불타버린 마을들과 남겨진 침묵의 흔적들을 따라가는 역사기행입니다. 바람과 파도가 말을 아낄 때, 우리는 더 조용히 들어야 합니다.지워진 마을과 침묵의 이름들 – 제주 4·3 사건의 시작과 배경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단지 ‘무장 반란’이나 ‘공산주의자 진압’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없는, 국가와 주민 사이의 단절, 냉전 이념의 폭력적 투영,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 사건입니다.사건의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1947년 3월 1일, ..
2025.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