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9

바다가 지키고 바람이 전한 조선의 기억, 서산에서 걷는 역사 충청남도 서산은 바다와 산 사이에 자리한 조용한 도시입니다. 이 지역은 조선 후기 내포 문화의 중심지로, 불교와 유교, 천주교가 공존하고 충돌했던 공간이며, 그 안에는 한반도의 중요한 역사 흐름이 조용히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해미읍성은 단순한 성곽을 넘어, 국가 권력과 종교, 민중의 믿음이 부딪힌 상징적 장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산’이라는 도시의 지리적 구조와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서산의 역사 기행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산과 바다가 만든 경계, 서산의 지리와 전략적 위치서산은 지리적으로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닌 도시입니다. 서쪽으로는 태안반도를 끼고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예산과 홍성의 내륙지방이 맞닿아 있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해안과 내.. 2025. 5. 14.
치료였을까, 통제였을까 –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소록도의 시간 전라남도 고흥의 작은 섬 소록도는 오늘날 '치유의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그 역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소록도는 단지 병을 치료하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분리·격리되었고, 식민지 통치 체제가 실험되던 통제의 공간이자,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인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록도의 양면성, 즉 ‘치료’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통제와 차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우리가 아직도 잘 모르는 소록도의 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치료의 이름으로 시작된 강제 – 소록도는 어떻게 통제의 섬이 되었나소록도는 1916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소록도 자혜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개원하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이었.. 2025. 5. 13.
갈대숲 아래 숨은 시간, 순천에서 걷는 정원의 역사 전라남도 순천은 아름다운 정원과 순천만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풍경 뒤에는 수많은 세월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간 순천의 숨은 역사, 특히 갈대숲과 정원 너머에 감춰진 시간을 함께 걸어보며, 관광이 아닌 '역사 여행'의 눈으로 순천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조선 시대 유배지로서의 순천, 갈대숲에 얽힌 민속 전승, 그리고 항일운동과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 보시지 않겠습니까?순천만 갈대숲, 바람 아래 묻힌 오래된 신앙과 전설순천만은 생태공원으로 유명하지만, 예부터 이곳은 사람들의 삶과 기도가 깃든 공간이었습니다. 갈대숲은 단순한 습지 생태계가 아니며, 과거에는 바닷길을 따라 생계를 이어가던 어민과 해녀, 그리고 기도하던 .. 2025. 5. 12.
말 없는 산행, 설악산에서 묵언을 배우다 (불심, 침묵, 통찰의 길)(2) 설악산은 단지 등산 코스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산은 오래전부터 수행자와 사유자들이 걷던 ‘침묵의 공간’이자, 현대인에게는 말없이 나를 마주하는 ‘통찰의 공간’이 되어왔다. 이 글에서는 설악산의 사찰, 고승들의 수행길, 그리고 걷는 행위 자체가 주는 묵언의 철학을 따라,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설악산의 또 다른 얼굴을 탐구한다.걷는 수행, 설악산이 품은 묵언의 길설악산을 걷는 많은 이들은 말이 없다. 숨이 차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사실 설악산의 깊은 골짜기와 오랜 암자들을 통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을 아끼게 된다. 이 산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묵언수행과 내면의 통찰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이어지는 고요한 산책로다.이 길.. 2025. 5. 11.
책과 바위 사이, 함양에서 만난 사유의 공간들 – 유교, 불교, 민속이 머문 산골의 시간 경상남도 함양은 사람들에게 조용한 산골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요한 땅은 조선 유학자들이 사유하며 글을 남긴 공간이자, 실학과 불교, 민속이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던 독특한 지식의 터전이었습니다. 남계서원으로 대표되는 선비 문화, 지리산 자락의 불교 명승지, 그리고 산 아래에 남겨진 평민들의 민속 신앙까지—이 글에서는 흔히 주목되지 않았던 함양의 인문 지형을 함께 걸어보며, 조용하지만 치열했던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 보시고자 합니다.남계서원에서 시작된 질문, 함양이 품은 유교의 깊이함양의 남계서원은 아주 조용한 서원입니다.. 조선 중기 유학자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이 서원은 1552년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이기도 하며, 그 자체로 조선 유교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그러나 .. 2025. 5. 10.
설악산, 전설을 넘은 기록의 산 (전쟁, 사찰, 침묵의 역사)(1) 많은 이들에게 설악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신화적 설화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 바위와 숲, 계곡 아래엔 총탄 자국과 승려의 침묵, 조선의 흔적이 조용히 흐른다. 이 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설악산의 실질적 역사, 특히 전쟁의 흔적과 불교문화의 충돌과 공존을 중심으로 기록된 시간을 따라 걸어본다. 단순한 자연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의 산, 설악산을 다시 바라본다.신화 뒤의 진실, 설악산에 기록된 조선의 조각들설악산은 수많은 전설로 둘러싸여 있다. 장군봉에 얽힌 호랑이 이야기, 권금성의 금화 전설, 울산바위의 전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인 기록들은 이보다 훨씬 흥미롭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권금성이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전설 속 요새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권금성에 대.. 2025.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