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섬마을의 금기와 기억이 얽힌 바다의 민속 역사 (구술문화, 제의)
섬은 풍경으로 기억되지만, 그 안에는 지도로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식 기록에는 남지 않은 섬마을의 구술 전승, 전통 제의, 기도와 금기의 문화 속에서 바다 위의 민속 역사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섬은 말이 없지만, 오래된 기억은 바람을 타고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말로만 남은 역사, 섬에서 전해진 입의 기록역사라는 말은 흔히 문헌과 연대기로 정의되지만, 섬에서는 그 정의가 통하지 않습니다. 섬마을의 많은 사건과 인물, 전설은 종이에 적히기보다는 입으로 전해진 기억입니다. 이를 ‘구술사’라 부르며, 특히 외진 섬일수록 그 가치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 신안의 장산도에는 공식적인 독립운동사나 전투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노인들의 증언을 통해 1920년대 후..
2025. 3. 14.
전라도와 경상도, 몸으로 느낀 문화의 결 (말씨, 밥상, 사찰)
한국의 문화는 단순하지 않다. 전라도와 경상도는 같은 한반도 남부에 자리하고 있지만, 말투, 식사 문화, 사람의 속도까지 뚜렷하게 다르다. 이 글에서는 전라와 경상을 여행하며 직접 ‘몸으로’ 느낀 문화적 결을 정리해 본다. 걸음과 말, 밥상과 절집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남도와 영남의 진짜 차이를 탐색해 보자.같은 언어, 다른 리듬: 말씨에 담긴 지역의 성격전라도와 경상도는 모두 한국어를 쓰지만, 지역 말씨를 마주한 순간 서로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말투는 단순한 억양이 아니라, 사람의 속도와 성격, 그리고 그 지역이 가진 문화의 밀도를 드러낸다. 여행을 하며 처음 마주한 전라도 사람들은 느릿하면서도 정감 있는 말투로 나를 맞이했다. “거기 가먼 안 돼야” 같은 표현은 단어 하나하나가 유연하게 ..
202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