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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실은 철길, 저항의 도시 군산을 걷다 (항일운동, 경암동 철길, 구도심 역사) 군산은 겉으로는 조용한 항구 도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땅을 걷다 보면 발끝에 닿는 레일, 오래된 창틀, 낡은 건물 안에는 소리 없는 저항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암동 철길을 중심으로, 군산 구도심에 숨겨진 항일운동과 민중 저항의 흔적들을 발굴한다. 단순한 근대건축 답사를 넘어, 살아 있는 기억의 지도를 펼치는 여행을 떠나보자.철길 위의 침묵, 경암동에 새겨진 시간군산 경암동 철길은 지금은 사진 명소로 유명하지만, 그 본질은 일제 수탈의 동맥이었다. 1944년 개통된 이 철길은 원래 군산항에서 옥구 평야로 이어지는 농산물과 자원을 수송하기 위한 물류라인이었다. 당시 일본 제국은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해 전라북도 농산물을 대량 반출했고, 이 철길은 그 중심 경로였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맥락.. 2025. 5. 9.
칼과 붓, 바다를 품다 – 전라도 끝자락에서 읽은 역사 전라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남도의 땅이 아니다. 이곳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머물며 붓을 들고 나라의 길을 고민했고, 외세에 맞서 들고일어난 칼날의 흔적이 바람 속에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특히 해안을 따라 펼쳐진 전라남도의 끝자락 지역에는, 조선 중 후기 유학과 의병의 역사가 겹쳐지며 고유한 문화적 풍경을 이룬다. 해남, 진도, 고흥 같은 땅끝 마을에서 우리는 역사서에 담기지 않은 인물과 사연을 만날 수 있다. 붓과 칼, 그리고 파도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책장처럼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붓을 든 유학자들, 땅끝에서 나라를 고민하다조선 후기, 중앙 권력에서 멀어진 전라도는 뜻을 품은 유학자들의 은둔처였다. 해남 윤선도 고택이 있는 녹우당은 그 대표적인 공간이다. .. 2025. 5. 8.
아산의 봄, 과거를 걷다 (봄꽃길, 역사기행, 도보코스) 봄은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는 '역사'와 '자연'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다. 아산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봄 도보 여행지다. 단순한 유적 답사나 꽃구경을 넘어, 그 땅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직접 발로 밟으며 걷는 ‘체험형 역사기행’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암민속마을, 온양온천, 곡교천 벚꽃길을 따라 아산의 과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봄 도보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봄꽃 따라 걷는 외암마을의 시간여행외암민속마을은 ‘살아있는 민속촌’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실제 거주민이 거주하는 전통마을이며, 아산의 오랜 양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봄이 되면 이곳은 매화, 살구꽃, 산수유로 덮여 한 폭의 동양화 같은 .. 2025. 5. 7.
하동의 역사 속으로 (섬진강, 유학정신, 은둔문화) 하동은 섬진강의 풍경과 녹차 향기만을 담고 있는 고장이 아닙니다. 이 땅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말보다 사유가 앞섰던 선비들의 흔적이 고요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속도를 늦추고, 하동이 품은 ‘생각하는 역사’를 직접 걷는 여정입니다. 지도 밖의 하동, 그리고 조용히 말을 거는 고택과 강물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섬진강, 시간을 감싸 안은 강의 철학섬진강은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물줄기가 아닙니다. 하동을 가로지르는 이 강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철학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하동에서 바라본 섬진강은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자연 사유의 공간’입니다. 고운 모래와 돌멩이,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은 선비들이 사색에 잠기던 철학의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2025. 5. 6.
"금산, 인삼 뒤에 숨은 왕의 자리 (풍수지리, 숨은 유적, 전략 요충지)" 금산이라고 하면 흔히 인삼 축제와 약초 시장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고요한 내륙의 땅에는 수천 년 동안 스쳐간 왕과 장군, 은둔자와 승려들의 흔적이 바람처럼 남아 있습니다. 특히 금산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 풍수지리적으로 ‘왕이 잠시 쉬어가던 땅’으로 여겨졌던 역사적 장소입니다. 산줄기와 물줄기, 그 속에 자리한 절과 성채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전통 사상과 권력의 흐름을 지켜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금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가치와 미스터리를 탐험합니다.풍수의 눈으로 본 금산, ‘임금이 숨 쉬던 자리’금산은 백두대간의 분기점에서 남하한 금강과 산맥이 교차하는 풍수적 요지로 평가받습니다. 옛 문헌에서는 금산 일대를 '용이 숨 쉬고, 봉황이 쉬어가는 형국'이라 하여, .. 2025. 5. 5.
영천 속으로 시간 산책 (보현산 천문대, 임고서원, 가족봄여행) 경상북도 영천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간과 자연, 역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특히 보현산 천문대와 임고서원은 서로 다른 시대의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가족이 함께 떠나기 좋은 봄 여행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흔히 우리에게 소개되는 관광정보가 아닌, 실제로 다녀와야만 알 수 있는 감성적 경험과 가족 중심의 체험형 코스를 중심으로 안내합니다.보현산 천문대, 별을 걷는 길보현산 천문대는 낮과 밤이 모두 특별한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별을 보기 위해 밤에 찾지만, 이곳은 오히려 해가 지기 전부터 찾아야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문대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나무데크로 이루어진 ‘별빛 산책로’가 있는데, 봄철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산벚꽃이 길을 따라 피어 있어 낮의 풍경도 환상적.. 2025.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