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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 바다가 그리고 분단이 남긴 도시 (분단의 흔적, 어민과 노동의 역사, 문화적 지층) 속초는 흔하게 ‘관광지’, ‘리조트 도시’로 인식되지만, 그 아래에는 실향민의 상처, 분단의 구조, 항구도시의 민속적 삶이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이 글은 속초의 해변과 설악산 너머,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지층과 잊힌 사람들의 삶을 따라 걷는 여정입니다. 리조트 도시가 되기 전, 속초는 분단이 만든 예외의 공간이자, 기억이 겹겹이 쌓인 장소였습니다.리조트 뒤에 감춰진 도시 — 실향과 분단의 흔적들속초는 지금의 평화로운 이미지와는 달리, 본래 대한민국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해방 전까지 속초는 양양군에 속한 작은 어촌에 불과했고, 1945년까지 ‘읍’ 단위조차 아닌 ‘면’ 수준의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속초는 대한민국의 국경 도시로 급부상하게 됩니다.1950년, 속초에는 수많은 이북 출.. 2025. 4. 3.
문무대왕릉이 남긴 네 가지 질문 (불교·통일·바다·죽음의 경계에서) 문무대왕릉은 한국사에서 유일한 수중릉이며, 그 존재만으로도 신비롭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이색적인 무덤' 이상의 의미가 이곳에는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문무왕의 죽음을 통해 신라가 바다에 부여했던 상징, 불교적 세계관, 통일의 정치철학,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사유까지 함께 되짚어보며, 문무대왕릉이라는 공간이 품은 사중의 메시지를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보고자 합니다.바다로 간 왕, 그 결정에는 불교가 있었습니다문무왕은 왜 자신의 무덤을 바다에 남기고자 하셨을까요? 많은 분들께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용이 되어 바다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을 떠올리시지만, 이 유언의 이면에는 단순한 안보의식 이상으로 깊은 불교적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신라의 불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닌, 국가 통치의 철학적 .. 2025. 4. 2.
합천이라는 조용한 역사기록 (민중, 종교, 합천의 침묵) 경상남도 합천은 해인사와 황매산으로 유명하지만, 그 너머에는 오랫동안 기록되지 않은 민중의 삶, 종교적 사유, 전쟁의 상처가 고요히 누적된 역사적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관광지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합천의 뒷면을 따라, 말없는 기록이 살아 숨 쉬는 마을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말 없는 백성의 시간, 합천 민중의 삶터를 걷다합천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사람들의 생활사와 사상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행정 중심지였던 적도 없고, 대규모 산업화가 진행된 적도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 즉 민중의 일상과 사유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대표적인 지역이 초계, 묘산, 적중, 대병 일대입니다. .. 2025. 4. 1.
충주의 탄금대에서 중앙탑까지 사라진 왕국의 길 충주는 지도에선 그저 충청도의 한 도시에 불과하지만, 시간 위에서는 삼국의 전장이었고, 조선의 교통 허브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근대화의 입구였습니다. 이 글은 충주의 두 상징, 탄금대와 중앙탑을 잇는 시간의 선 위를 따라 걸으며, 사라진 왕국들의 숨결과 오늘을 연결하는 감성적인 역사 여행기입니다.강이 기억한 전쟁 – 탄금대에서 마주한 비극과 명예충주의 남한강은 수천 년 동안 사람과 시간을 실어 나른 강입니다. 그 강가에 자리한 탄금대(彈琴臺)는 단지 경치 좋은 언덕이 아니라,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고려와 조선까지 수많은 역사적 전환점을 바라본 증인이었습니다.탄금대라는 이름은 신라의 명장 신라 김윤후 장군이 이곳에서 거문고를 탔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더 널리 알려진 사건은 바로 임진왜란.. 2025. 3. 31.
군위-삼국유사의 고장 , 절과 고택 사이에서 마음을 물들이다 경북 군위는 여유롭고 따뜻한 고장입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안에는 천 년의 이야기가 흐르고, 고요한 절과 오래된 고택에서는 잊고 있던 마음이 되살아납니다. 이 글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를 따라 걷고, 절과 마을 사이에서 감정의 결을 만져보았던 여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관광보다는 느림을, 인증샷보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이야기가 남은 땅, 군위에서 만나는 삼국유사의 시간경북 군위는 한국 고대 문학과 불교문화의 근간을 이룬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군위에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께서 말년을 보낸 인각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 절은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를 낳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삼국유사라는 책이 단지 옛이야기 모음 정도로 기억하시지만, 사.. 2025. 3. 29.
가야를 읽는 길 위에서(기록과 침묵, 고분군, 유적) 수백 년간 삼국시대의 변방으로만 취급되던 ‘가야’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삼국사기』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교과서 속 단 몇 줄로 기억되는 가야. 그러나 우리는 흙 속 유적과 고분군, 그리고 철의 흔적을 통해 가야를 읽을 수 있다. 이 글은 신화와 고고학 사이, 그 중간 어딘가에서 가야를 사유하며 걸었던 발자취의 기록이다.가야는 실존했는가 – 기록과 침묵 사이의 왕국‘가야’라는 국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역사책에서는 분명 삼국시대의 이웃으로 존재했지만, 정작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신라나 백제, 고구려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하게 등장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기록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야는 오랫동안 ‘신라의 적국’이자, ‘정복된 땅’이었기에 기록에서 지워진 존재였다. 특히 김부식이 편찬한 『삼.. 2025. 3. 28.